그러나 막바지에 이른 현재는 역전은커녕 이혼녀와 재벌2세의 사랑이야기란 흔해 빠진 멜로드라마’로 남을 가능성이 짙어져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연장된 후반부에 들어서 ‘역전의 여왕’은 중반까지 잘 끌고 온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깨알 같은 재미를 주던 이 드라마 특유의 묘미를 잃고 말았다. 이혼녀가 된 황태희와 가슴 아픈 출생비밀을 안고 사는 재벌 2세 구용식의 사랑전개에 지나치게 힘이 실린 결과다. 물론 태희와 용식의 사랑은 이 드라마의 주요 동력이긴 하다.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팬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들의 애절한 사랑에만 과도하게 힘이 실린 나머지 중반까지 소외된 캐릭터 없이 알뜰살뜰 잘 꾸려온 극 전체의 균형이 깨져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태희를 사이에 두고 구용식과 연적 관계로 얽혔던 전남편 봉준수 정준호의 존재감마저 매우 약화된 상황이니 중반까지 나름의 성장통을 겪으며 극의 깨알 재미를 줬던 다른 조연 캐릭터들의 상황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인물들의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드라마의 최대 강점이었던 직장인의 애환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 역시 희미해지고 말았다. 재미와 공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듯 보였던 기대와 달리 연장된 후반부엔 별다른 전개를 보여주지 못하고 태희-용식 중심의 러브라인에 함몰돼 갈 길을 잃어버린 듯하다. 진지함과 코믹함을 절묘하게 버무렸던 특유의 강점 역시 사라져 버렸다. 이혼녀와 재벌 2세의 달달 데이트 장면과 눈물 빼는 애절한 사랑만 주구장창 보이는 전개는 물론 이들 커플을 응원하는 팬들에겐 큰 즐거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극을 웃기고 울렸던, 제대로 성장해 존재감을 갖추는데 어느정도 성공한 다양한 캐릭터들을 희생시키고 외면하면서까지 이 러브라인에만 비중을 둬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역전의 여왕’은 초반부터 낮은 시청률이 아까운 작품성 탄탄한 드라마란 평을 얻으며 역전을 기대케 했지만 결국 10회 이상의 무리한 연장에 돌입한 후반부엔 제 페이스를 잃고 러브라인을 위해 극의 완성도를 희생시키는 자충수를 두는 뒷심부족을 드러내며 오히려 역전‘이 아닌 퇴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초반의 기대처럼 직장인들의 애환을 녹여낸 웰메이드 드라마가 아닌 ‘회사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연상 이혼녀와 연하 재벌2세의 달달+애절 러브스토리’정도로 마침표를 찍을 듯해 더욱 씁쓸함을 남긴다. [티브이데일리=하수나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