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의 걱정은 괜한 기우는 아니었다. ‘고교처세왕’ 초반,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유독 튀는 유아의 모습은 ‘중학생 A양’ 당시에 나오지 않았던 연기력 논란까지 불거지게 했다. 코믹극임에도 나름의 선을 지켰던 ‘고교처세왕’에서 유아 캐릭터만큼은 진지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유아라는 캐릭터에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밝은 성격에 짝사랑을 하는 여고생이기 때문에 무조건 목소리 톤도 높이고, 해맑게 굴었죠. 그러다 ‘내 마음대로 캐릭터를 단정 지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오버하지 않고, 이열음이 가진 자연스러운 모습 속에서 유아의 밝음을 그려내려고 했어요.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죠”
이열음이 유아 캐릭터에 선입견을 가지고 임한 데에는 이유가 존재했다. ‘중학생 A양’에서 진지한 모습을 보인 그에게는 짝사랑 중인 여고생 유아는 낯선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낯선 역할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택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혹은 자신의 기존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역할이 아닌 180도 다른 캐릭터를 통해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했다.
“배우로 살아갈 날이 짧은 게 아니잖아요. 쭉 배우 생활을 하다보면 언젠가 유아같은 캐릭터를 당연히 만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저는 아직 배워야 하는 입장이니까 더 다양한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학생이라는 설정만큼 상반된 캐릭터들을 그려내기 좋은 시기는 없잖아요. 너무 달랐기에 위험요소가 있긴 했지만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도전했어요.”
두려움 반 기대 반이라고 말했지만, 그에겐 이미 ‘중학생 A양’이라는 든든한 밑거름이 있었다. 신인 여배우가 홍보가 크게 이뤄지지도 않았던 주말 단막극을 단번에 화제작으로 등극시킨 것이었다.
“‘중학생 A양’은 사실 화제가 될지 몰랐어요. 일요일 심야에 하는 단막 드라마니까, 많이들 안 보실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반응이 컸죠. 게다가 혹평보다 호평이 많았다는 사실에 감사드려요.”
배우로서의 준비 기간이 길지 않은 그이지만 연기에 대한 생각만큼은 뚜렷했다. 전혀 다른 색의 작품들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은 것은 그에게 큰 재산이 됐다. 더불어 이열음은 자신이 현재 지닌 것 중 가장 강력한 무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억지로 성숙해 보이려 한다거나, 어른이 되려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젊음이 가장 큰 재산이었고, 무기였다.
“밝은 여고생, 어두운 여중생 모두 해봤으니까 성숙해지는 여자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소녀에서 숙녀로 넘어가는 그 시간을 연기하는 거죠. 그건 지금의 나이를 많이 지나친다면 표현 못 할 것 같아요. 지금 나이이기에 할 수 있는 연기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