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 넘고 싶었다” OCN 수사극 ‘텐2’ 연출 이승영 감독최근 케이블 채널 드라마의 성장세가 무섭다. 이들은 높은 완성도와 신선함으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OCN에서 방영한 수사물 ‘특수사건 전담반 텐’도 이 중 하나다. 지난달 30일 시즌2의 막을 내린 ‘텐’은 탄탄한 이야기와 세련된 연출이 발군이다. 국내에서 강력사건을 파헤치는 수사물을 만들려면 ‘CSI’ ‘멘탈리스트’ 등 홍수처럼 쏟아지는미국 드라마(이하 미드)와 비교를 피할 수 없다. ‘텐’은 이 난관을 잘 극복했다. 시청자는 이 드라마가 “미드 못지않다”고 호평한다. 그러나 ‘텐’을 만든 이승영(41) 감독은 의외로 “미드보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넘어서고 싶었다”고 말한다. “저는 ‘CSI’에서 재미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예전부터 수사물을 만들 때 ‘저거보다 나으면 되나, 그럼 해보자’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오히려 ‘살인의 추억’이 뛰어난 한국적 수사물이라고 봐요. 사회 인식, 수사 장르물로서 재미, 끈끈한 인간관계, 뿜어나오는 유머들이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에요.” 이 감독은 “드라마에서 미드의 냄새를 거두려 집요하게 노력”했다. ‘CSI’에서 늘 사용하는 플래시백(과거 회상 기법)을 거의 안 쓴 것이 한 예다. 2시즌에서 새로 마련한 수사팀 사무실이 미드 ‘24’를 연상시킨다고 하자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2011년 첫 시즌에선 형사들 책상이 구석에 있어서 카메라에 한 사람씩만 잡혔어요. 이번에는 인물 간 관계를 보여주려 2층으로 했어요. 남예리 형사 뒤로 백도식 형사가 보이는 식이죠. 서먹서먹하고 비밀을 감춘 관계를 보여주는 게 핵심이었어요.” 2시즌을 마무리한 이 감독은 “성취감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첫 시즌에서 못 다한 이야기들을 포함해서 조금 더 파괴력 있는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기대만큼 진도를 못 나갔다”고 밝혔다. ‘텐’은 청테이프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 F와 그를 쫓는 여지훈 팀장·팀원들이 중심축이다. 이 감독은 2시즌에서 F와의 대결 대신 여지훈 팀장의 심리 변화를 그리려 했다. F와 수사팀의 본격 대결은 극장판으로 준비 중인 ‘파더’(가제)에서 펼쳐진다. 이미 작년부터 극장판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이 감독은 TV 드라마를 안 본 이들도 즐길 수 있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직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F에 대해서는 이미 생각해 놓은 인물상이 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의 성공이 부담된 듯 “이번 시즌에서 좋고 강한 것들을 내놓아야 대중이 사랑해 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부담감·조급함이 있었어요. 그런데 드라마가 끝나고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걸 보면서 ‘텐’이 사랑받았구나 싶었어요. 숨은 애청자들에 감사하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