题卞相璧母鸡领子图)
丁若镛
변상벽이 변고양이로 일컬어짐은 / 卞以卞猫称
고양이 잘 그려 사방에 이름났는데 / 画猫名四达
이젠 또 새끼 거느린 닭을 그리어 / 今復绘鸡雏
하나하나가 털이 살아 있는 듯하네 / 个个毫毛活
어미닭은 까닭도 없이 성을 내어 / 母鸡无故怒
낯빛이 몹시 사납게 달아오르고 / 颜色猛峭巀
목 털이 고슴도치마냥 꼿꼿이 서서 / 颈毛逆如猬
만나는 놈마다 꾸짖음을 당하도다 / 触者遭嗔喝
쓰레기 버린 곳이나 방앗간에서 / 烦壤与碓廊
흙을 파내듯 항상 땅을 허비어 / 爬地恒如墢
낱알을 찾고도 쪼는 척만 하고 / 得粒佯啄之
애써 주림 참으며 새끼만 먹인다 / 苦心忍饥渴
놀라 허둥지둥 사전에 살피어라 / 瞿瞿视无形
올빼미 그림자 숲 끝을 지나도다 / 鸱影度林末
아, 새끼를 사랑하는 그 성질이여 / 嗟哉慈爱性
하늘이 준 건데 누가 능히 빼치랴 / 天赋谁能拔
새끼들은 어미를 둘러싸고 다니되 / 群雏绕母行
솜 같은 노란 옷 더부룩이 입었는데 / 茸茸嫩黄褐
노란 부리는 막 어린 기름같이 연하고 / 蜡嘴软初凝
붉은 볏은 씻은 듯이 색깔 엷어라 / 朱冠淡如抹
새끼 둘이 막 어미를 따라가는데 / 二雏方追犇
어이하여 급급하게 저리 뛰는고 / 急急何佻挞
앞엣놈 부리에 물린 것이 있어 / 前者咮有垂
뒤엣놈이 그것을 빼앗고자 하여 / 后者意欲夺
새끼 둘이 한 지렁이를 다투어라 / 二雏争一蚓
서로 물고 놓지 아니하도다 / 双衔兩不脱
새끼 하나는 어미 등에 타고 앉아 / 一雏乘母背
가려운 곳 한창 스스로 긁어 대고 / 痒处方自拨
새끼 하나는 홀로 안 따르고서 / 一雏独不至
채소의 싹을 한창 쪼아 먹누나 / 菜苗方自捋
형형색색 세밀하여 실물과 똑같고 / 形形细逼眞
도도한 기상 또한 막을 수 없네 / 滔滔气莫遏
들으니 이 그림 막 그렸을 때 / 传闻新绘时
수탉이 보고 잘못 떠들어 댔다 하네 / 雄鸡误喧聒
또한 그가 그린 고양이 그림도 / 亦其乌圆图
뭇 쥐들을 겁먹게 할 만하여라 / 可以群鼠愒
뛰어난 기예가 여기에 이르르니 / 绝艺乃至斯
만져 볼수록 흥미가 줄지를 않네 / 摩挲意未割
큰솜씨라 산수화를 그리는 데도 / 麤师画山水
여기저기 붓놀림이 광활하구려 / 狼藉手势阔